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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2016년 9월호][말씀과 삶][말씀이 내게 왔다]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_송재영
제목 [성서와함께 2016년 9월호][말씀과 삶][말씀이 내게 왔다]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_송재영
작성자 성서와함께 (ip:)
  • 작성일 2016-08-24 10: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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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2016년 9월호][말씀과 삶][말씀이 내게 왔다]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_송재영


말씀이 내게 왔다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36)


송재영 야고보




신학교 신입생들은 성경 통독을 위해 <성서사십주간>을 합니다. 각자 정해진 분량의 성경을 읽고 묵상한 후 일주일에 한 번 저녁 대침묵 시간에 소그룹별로 나눔을 하는데, 연구과 2학년, 즉 신학교 6학년 선배들이 각 그룹의 나눔을 이끕니다.


1학년에게 이 시간은 자기 속내도 털어놓고 까마득한 선배들의 경험과 진솔한 나눔도 듣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6학년 선배들이 우러러 보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많은 신학생이 ‘나도 6학년이 되면 <성서사십주간> 그룹 리더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2000년 11월 즈음, 신학과 5학년이 된 저희 동기들도 <성서사십주간> 봉사자를 뽑아야 했습니다. 매일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매주 하루 저녁은 그룹 모임을 위해 비워 두어야 했기에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1학년 때의 소중한 추억도 떠오르고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저도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필요한 인원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지원해 경쟁해야만 했습니다. 아쉽긴 했지만, 저는 다른 동기들에게 양보했습니다.


한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개인의 희생과 봉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신학교에도 다양한 봉사직이 - 노동 봉사를 하는 ‘애덕의 날’을 비롯해 성가대, 전례부 같은 동아리, 학사대표, 부대표 등 - 있습니다. 하지만 봉사자를 뽑을 때마다 지원자가 없어서 늘 고전합니다.


5학년 봄 알마 축제(신학교 축제) 때 학년 발표를 준비할 사람을 뽑아야 했습니다. 학사대표가 지원자가 있느냐고 묻자 강의실에는 침묵이 흘렀습니다. 당황한 대표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어색한 침묵이 한참 흐른 후에야 결국 누군가가, 속된 말로 총대를 메어 주었고 마침내 우리는 그 불편한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대개는 이렇게 지원자가 적어 어려움을 겪는데,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한 <성서사십주간> 봉사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지원해서 오히려 곤란한 상황을 겪고 나니 무언가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 기도하면서 ‘이건 아닌데…’라는생각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주님과 이웃을 위해 삶을 바치겠다는 큰 결심으로 신학교에 들어온 우리인데, 작은 봉사직 하나를 선택하는 것조차도 ‘내가 원하는 것’이 기준이라는 것이, ‘이건 아닌데…’라는 제 막연한 느낌의 이유였습니다.


수고와 어려움으로 치자면 <성서사십주간> 그룹을 이끄는 것이 최고였습니다. 그럼에도 재미와 보람을 느끼면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그것을 선택합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쉬운 학년 발표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이기에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제가 본 우리들

의 실상이었습니다.


사제가 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저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때가 많습니다. 제가 밴드 활동을 했고 또 좋아하기에, 성당에 부임하면 중·고등부 밴드부와 청년 밴드부를 만들었고, 제가 술을 좋아해서 청년들과 술자리를 많이 가졌습니다. 밴드를 만들고, 술자리를 통해 청년들과 친교를 맺는 일이 나쁘지는 않지만, 돌아보면 그 일을 하는 지향이 ‘공동체’보다는 ‘나 자신’에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신부가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커피를 좋아하면 카페를 만들고, 스키를 좋아하면 스키 캠프를 가고, 건축을 좋아하면 공사판을 벌이고, 미술을 좋아하면 성당의 성상이나 성화들을 바꾸고, 여행을 좋아하면 여행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과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 또는 ‘공동체에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신자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봅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도는 소홀하지만, 가족을 위한 기도는 매일 합니다.


심행위는 좋아하지만, 돈과 시간을 들여 소외된 이들을 직접 돌보는 것은 소홀합니다. 신부에게 밥 사는 것은 잘하는데, 굶주린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는 인색합니다.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내가 드러나고, 인정받고, 좋아하는 일보다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그것을 위해 우리 자신을 내어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주님께서 겟세마니에서 하신 기도가 제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선명하고도 심오한 답을 주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이신 성자께서는 인간적인 고뇌에 빠져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마르 14,36)라고 하시지만, 곧 이어서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십니다.


저는 이 말씀을 늘 기억하며 살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과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해야 할 것, 그 망설임 사이에서 “일어나 가자”(마르 14,42)라는 당찬 결단으로, 공동체를 위한 희생을 선택할 수 있는 참 그리스도인이고 싶습니다.



송재영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 수품하였으며,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 중견사제연수원에서 베드로사목연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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