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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2016년 10월호][새로봄_2]제 아이는 그저 '다른' 것뿐입니다_이기옥 기자
제목 [성서와함께 2016년 10월호][새로봄_2]제 아이는 그저 '다른' 것뿐입니다_이기옥 기자
작성자 성서와함께 (ip:)
  • 작성일 2016-10-06 19: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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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와함께 2016년 9월호][새로봄_2]제 아이는 그저 '다른' 것뿐입니다_이기옥 기자



 2016 새로봄



제 아이는 그저 '다른' 것뿐입니다.



이기옥 기자




둘째 주 토요일, 서울시 마포구의 한 작은 사무실에 열 명 남짓의 40-60대 부모들과 사십여 명의 20-30대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부모와 젊은이라는, 요즘 보기 드문 조합의 이 모임은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매달 주관하는 정기모임이다.


 이날, 동성애자인 아들이 사회에서 차별 없이 행복하게 살 방법을 찾는다는 아버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몇 달 치 월급을 한 푼도 못 받았다는 남성 동성애자,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부모가 걱정돼 찾아왔다는 여성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로서, 성 소수자의 부모로서 겪는 고민과 어려움이 끝없이 흘러나왔고, 그에 대한 사려 깊은 - 이미 경험한 이들이 생생히 전하는 -조언들이 오갔다.


성 소수자, 특히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라는 생소한 용어와 다수(이성애자)와 다른 그들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친구나 동료로서 그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이해해 보는 건 어떨까? 도움이 필요한 성 소수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기꺼이 엄마가 되어 주는 사람, 아들 덕분에 참된 새 삶을 살게 됐다고 말하는, 동성애자 아들을 둔 엄마, ‘하늘’(활동명, 61세, ‘성소수자 부모 모임’ 대표) 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성 소수자, 그 무엇도 아닌 그저 ‘타고나는 것’


“처음엔 솔직히 바꿀 수만 있다면 바꾸고 싶었어요.”


성 소수자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그것을 ‘선택하거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 소수자에 대해 전혀 몰랐던 엄마, 하늘 님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졸업 작품 준비로 바빠야 할 시기에 곡기도 끊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아들. 그 이유가 학교에서 아웃팅(본인 동의 없이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는 행위) 당해서였다는 것, 그리고 극심한 우울증으로 아들이 위험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하늘 님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엄마’에겐 충격도 사치였다. 아들을 위해서라도 이 상황을 슬기롭게 넘겨야만 했다.




“언니. 사람의 성향은 다양해. 한쪽은 이성애자, 다른 한쪽은 동성애자고 그 사이에 다양한 성향이 있는 거야. 우리는 이성애자에 속하고 아들은 동성애자에 속하는 것뿐이야.”

 머나먼 미국에 사는 여동생의 이 말이 큰 힘이 됐다. 그래서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여동생이 해 준 말도 쓰고 맨 마지막에 아들에게 정말 해 주고 싶었던 말도 썼다. 혹시 아들이 놓칠세라 밑줄도 진하게 그었다.

  “이 세상이 뒤집어져도 엄마는 네 편이야!” 건네받은 편지를 한참 들여다보던 아들이 말했다.     “엄마, 밥 주세요. 밥 먹고 학교 갈게요.”


그리고 하늘 님은 공부를 시작했다. 아들이 성소수자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었다.

  “바꿀 수 있다는 단 1%의 희망만 있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하려고 했습니다.”

  2년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었지만, 돌아온 건 깊은 상처와 뼛속까지 아픈 고통뿐이었다. 특히 “사랑하는 아들이 동성애자가 된 건 부모 탓”이라던 미숙한 상담사의 말 한마디는 화목한 가정과 금실 좋던 부부 사이에 불화만 일으켰다.


‘혹시 다른 부모들은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같은 처지의 부모들을 만나 묻고 싶었다. 하지만 성 소수자의 부모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곳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였다. 그곳에 답이 있었다!

  “거기 모인 청년들의 행동을 보고 어미로서 강렬하게 느꼈던 것이 ‘아, 이게 타고나는 거구나!’ 였어요. 그곳 청년들의 말투, 걸음걸이, 웃는 것까지 제 아들과 똑같았습니다. 제가 2년 동안 품었던 의문이 그 자리에서 바로 풀렸죠.”

 

의문이 풀리자 아들에게 미안했다. ‘네 편’이라면서 바꿀 방법만 찾았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들 심정이 어땠을 까요? 그 어린 나이에 엄마에게조차 말도 못한 채 남들과 다른 자신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요? 저보다 더 간절히 바꿀 방법을 찾았을 텐데, 그 어떤 노력도 아무 소용없었을 때 얼마나 절망하고 아파했을까요? 제가 2년간 겪은 그 고통을 아들은 어린 나이에 홀로 겪었을 것을 생각하니 뼛속까지 아팠습니다. 부모로서 빨리 알아채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너무나 미안합니다.”


성 소수자 관련 기사에는 다양한 댓글이 달린다. 격려의 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글도 있다. 그중 ‘바꾸면 될걸’, ‘부모가 바꿔 줘야지’ 하는 댓글도 있다. 하지만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했고,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도 동성애는 정신질환이 아님을 공표했다. 동성애는 바꿀 수 있는 것도 치료의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동성애자 아들을 둔 엄마이며 성 소수자 전문 상담사인 지인(활동명) 님은 말한다.


“그 누구보다도 바꾸고 싶었던 사람, 그래서 존재하지도 않는 방법을 찾아 수년간 헤맸던 사람이 바로 성 소수자 자신이고 부모였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이것은 바꾸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타고난’ 것임을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성 소수자,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른’ 것뿐

20여 년간 성당에서 반주를 도맡아 하고, 십수 년간 구역반장으로도 활동했던 하늘 님. 복사였던 아들은 물론 가족 모두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교회가 삶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난 후 2년간은 고통의 날들이었다. “제게 왜 이런 고통을 주셨느냐며 십자가 앞에서 눈물로 호소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착한 우리 아이가 왜 죄인이냐고 신부님께 따져 물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30여 년간의 신앙생활도, 2년간의 고통도 헛된 것은 없었다. 2년간의 의문이 풀리자 아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자신과 같은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고도 싶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성소수자 부모모임’(2014)이다. 30년간의 신앙생활은 부모모임을 이끄는 밑거름이 되었다. 부모들이 모이자 아이들도 모였다. 찾아온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대했고, 필요하다면 엄마가 되어 주기도 했다. 덕분에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젊은이들에게 마음 둘 곳, 기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성 소수자들의 엄마로 사는 하늘 님은 말한다.

 “제 아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효자입니다. 엄마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았고, 바꿀 수도 없었던 흑인이라는 이유로, 유다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 속에 무수한 사람이 고통받고 죽어갔던 부끄러운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의 성 소수자는 어떠한가?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성 소수자는 선택이 아니라 타고난다는 것, 결코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것,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았고 질환도 아닌 것을 이유로

성 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하거나 그 어떤 혐오 표현도 해선 안 된다는 것.

이 세 가지를 꼭 기억해 주세요. 부모로서 부탁합니다.” - 지인


“제 아들은 그저 ‘다른’ 것뿐입니다.

‘틀린’ 거로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한 번 와 보세요. 바로 느끼실 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 하늘


“만일 성 소수자인 누군가가 선한 의지를 가지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무슨 권리로 그를 정죄할 수 있습니까?

신이 동성애자들을 본다면 그 존재를 인정하겠습니까,

 아니면 거부하거나 비난하겠습니까?

자비를 갖고 그들과 함께할 필요가 있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하늘(활동명) 님은 동성애자 아들을 둔 엄마로 ‘성소수자 부모모임’(www.pflagkorea.

org) 대표로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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