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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2017년 6월호][노년기 영성을 말하다]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_김효성
제목 [성서와함께 2017년 6월호][노년기 영성을 말하다]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_김효성
작성자 성서와함께 (ip:)
  • 작성일 2017-05-18 15: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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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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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2017년 6월호][노년기 영성을 말하다]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_김효성




노년기 영성을 말하다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


- 예전을 기억해 보십시오(히브 10,32 참조)



김효성



프란치스코 교종은 《사랑의 기쁨》에서 “노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사회에 변화를 가져옵니다”(192항)라고 말씀하신다. 그 구절을 처음 읽었을 때 다소 의아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사회가 변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어지는 구절들을 읽자니 “아하!” 하는 깨달음의 울림이 올라왔다. “노인들의 이야기는 청소년들을 살아 있는 역사와 연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노인들은 살아 있는 기억이며, 그 기억을 내버리는 사회는 뿌리가 뽑힌 사회입니다”(193항 참조).




내가 교종의 말씀에 더욱 공감하게 된 것은, 얼마 전 한티 성지에서 있었던 ‘노년을 위한 토빗 피정’에 참석한 후였다. 운 좋게도 노인에게 관심이 깊은 한 교구 사제가 나를 초대하여 피정에 함께하게 되었다. 피정 참여자는 모두 열네 명이었다.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나이를 말하는 방법이 재미있었다. 자기나이에서 50을 빼고 말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사람이 “저는 32예요” 하자, 차례대로 “30, 26, 22, … ”라고 했고, 도우러 온 젊은 분들이 “저는 마이너스 4예요, 마이너스 8이에요”라고 할때, 우리는 하하 웃으며 어색함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여러 세대가 웃음꽃을 피우며 시작한 이틀간의 피정은 정겹고 단란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가장 큰언니 되시는 분의 옛날이야기, 주름진 저마다의 고운 얼굴에서 퍼져 나오던 환한 빛, 단순한 기도만으로도 금세 모두 하나가 된 듯한 일치감이 지금도 마음에 감돈다.


피정 주제는 “하늘의 임금님을 찬양할 수 있다면, 나 얼마나 행복하리오”(토빗 13,16)였는데, 우리는 ‘지금껏 살아온 내 삶을 통해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다’고 느꼈고, 그것은 각자가 유년기에서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삶의 길을 차근차근 되짚는 작업에서 더욱 확실해졌다.


첫 단계에서 우리는 ‘어릴 때, 내가 스스로 했던 것들’을 떠올렸다. 엄마 아빠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꼬마 때 알아서 했던 작은 일들을 떠올리면서, 놀랍게도 예전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했다.


산수 문제를 못 푼다고 선생님께 꾸중 듣던 짝꿍이 안타까워 열심히 가르쳐 주던 여덟 살 아이, 자전거에 무거운 짐을 싣고 귀가하시는 아버지를 도와 드리려고 저녁이면 언덕 아래까지 내려가 매일 아버지를 기다리던 일곱 살 아이, 엄마가 안 계실 때 집에 온 거지 아저씨에게 냉큼 남은 밥을 몽땅 주었던 여덟 살 아이, 엄마가 아프다며 우는 사촌 동생들을 달래며 밥을 지어 이모께 갖다 드린 아홉 살 아이 등등.


이런 어릴 적 경험을 이야기할 때면, 우리 얼굴에선 왠지 모를 행복감이 배어 나왔다. 말하는 이에게는 그 시절의 자신이 장하고 대견하게 여겨지고 이야기를 듣는 이에게도 흐뭇함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서, 어릴 때의 자율적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까지 행복감을 안겨 주는 원천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그다음에 우리는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그렸다. 먼저 ‘어릴적 가장 행복했던 경험’을 그렸고, 다음에는 ‘어릴 적 그 행복감을 잃었던 경험’, 곧 어릴 때 가장 무서웠거나, 놀랐거나, 슬펐던 경험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으나 어릴적 기억은 놀랍게도 금세 올라와서는, 갖가지 모양과 색깔로 종이 위에 되살아났다. 그러는 동안 저마다의 얼굴에는 기뻤거나 슬펐거나 놀랐던 어린아이의 다양한 표정들이 오갔다. 그러고는 ‘자라면서 나의 다짐과 각오’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 끝으로 ‘내 삶의 목표와 결과’를 그렸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우리는 그림 그리기에 빠진 어린이들 같았다.


다 그린 뒤, 한 사람씩 나와서 ‘이야기가 있는 나의 그림’을 소개했다. 갖가지 옛이야기 속에는 가슴이 찡한 순간들도 있었다. 또한 모든 이야기 속 어린아이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어른의 눈에는 철없어 보이던 그 아이가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을 늘 가슴속에 품고 성장했다는 점이다.


‘약한 나를 염려하는 엄마를 위해 난 꼭 건강해야 해, 동생들과 어려운 집안을 챙겨야 하니까 난 똑똑해져야지, 친구들과 놀지 못해도 꼭 성당에는 갈 거야, 억울하게 누명을 썼지만 반드시 올바른 사람으로 살 거야.’



이런 다짐들은 아이가 자랄 때 함께 뿌리내려, 청소년기를 줄기차게 지켜 냈으며, 오늘날 성인으로 굳건히 서기까지 한결같이 인생을 지탱해 준 힘이 되었다. 이 놀라운 사실에 피정자들은 저마다 감격했다. “결실 맺은 나무처럼 네 자녀를 키워 낸 제가 뿌듯해요, 파도타기처럼 제 인생의 순간들을 이겨 냈어요.”


끝으로 우리는 희망에 찬 마음으로 지난날 하고 싶었으나 못했던 것 중에 이제는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을 목록으로 작성하여 파견 미사에서 봉헌했다.


노년을 위한 이 피정에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의 삶에도 영웅 같은 이야기가 들어 있구나!’ 하는 감동이었다. 고난을 극복해 온 희망찬 이야기나 온갖 질곡에도 신앙을 놓지 않은 이야기는, 사도들의 ‘생생한 복음 선포’로도 들렸다.


죽음을 이기고 승리하신 주님처럼, 그 승리를 전하는 사도들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를, 우리 이야기가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줄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예전에 여러분이 … 많은 고난의 싸움을 견디어 낸 때를 기억해 보십시오”(히브 10,32).


사도 바오로처럼 프란치스코 교종은 노인들에게 ‘삶을 헤쳐 온 생생한 옛 기억들’을 젊은 세대에게 유산으로 남겨 주는 소명을 상기시키며, 그 사랑의 기쁨을 함께 누리도록 우리를 초대하신다.





김효성 수녀는 성심수녀회 소속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의 ‘통합적 인간양성 교육원(IFHIM)’에서 심리재교육학을 공부했다. 현재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양성교육원’에서 남녀수도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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