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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2016년 9월호][새로봄_1]자살자와 유가족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태도_박정우 후고
제목 [성서와함께 2016년 9월호][새로봄_1]자살자와 유가족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태도_박정우 후고
작성자 성서와함께 (ip:)
  • 작성일 2016-08-25 10: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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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와함께 2016년 9월호][새로봄_1]자살자와 유가족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태도_박정우 후고


2016 새로봄


자살자와 유가족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태도


정우 후고



십여 년 전인 90년대 중반, 미숙했던 새 사제 시절에 경험한 일이다. 어느 날 내가 담당한 본당 단체의 자매님 한 분이 상기된 얼굴로 할 얘기가 있다며 사제관을 찾아왔다. 무언가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하느님의 뜻은 무엇이냐?”며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더니, 결국 조금 전 자신과 부부싸움을 한 남편이 집에서 목을 매어 자살했다고,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통곡했다.

 

그 순간 당황한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살은 대죄이고 자살한 사람은 장례도 공식적으로 할 수 없다고 들었던 이야기만 떠올렸던 것 같다. 결국 나는 아무런 위로도 도움도 주지 못했는데, 마침 자살한 남편의 친구였던 한 선배 신부님이 여러모로 함께하며 도와주시고 병원에서 조촐히 장례도 치러 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 후 그 자매님은 이

사를 떠나면서 본당에서 도움을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왔는데 나는 그 자매님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자살률 세계 1위, 자살이 만연한 사회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자살률이 높지만, 그 인식과 대책은 현실의 심각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1995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0.8명(총 4930명) 정도였는데, 1998년에 18.4명, 2003년 22.6명, 2008년 26명, 2011년에는 31.7명(총 1만 5906명)으로 최고점을 찍었고, 2014년 현재 27.3명으로 2003년 이래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갑자기 이렇게 높아진 것일까?

 자살자 대부분이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울증을 야기하는 사회적 요인이 최근 십수 년 사이에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외환위기(1998년)와 세계 금융위기(2008년)를 겪은 해에 자살률이 급격히 상승했는데, 이는 경제 위기에 따른 실업과 사업 실패, 가정불화 등으로 발생한 극도의 스트레스가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이 현재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것은 많은 노인이 빈곤, 질병, 외로움에 시달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에 개인주의와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확산되고, 산업화와 도시화로 어려움을 털어놓고 서로 지지해 줄 수 있는 대가족제도나 전통적인 마을공동체가 와해됨으로써 개인이 겪는 문제의 해결이 사회적 연결망의 도움보다는 개인의 역량에 맡겨지게 되었다.


불안하고 외롭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술이나 쾌락적인 도피 수단을 찾기도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 결국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정신의 힘을 약화시켜 자신의 삶이 무가치하다는 깊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자살자와 유가족에 대한 교회 입장과 그리스도인의 태도

그렇다면 교회는 자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자살이 가족과 친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의 주권자이신 하느님의 섭리와 뜻을 거역하는 것이며, 한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룩한 초대와 소명, 즉 영원한 생명을 위한 여정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크게 잘못된 행위라고 가르친다. 따라서 자살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어기고, 올바른 자기 사랑도 거스르는 행위가 된다.


그러나 교리서는 중한 정신장애 혹은 시련과 고통으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자살은 그 책임이 덜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하느님께서 당신만이 아시는 방법으로 자살자의 회개를 위한 기회를 주실 수 있으므로 자살자의 영원한 구원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교회는 자살자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과거 1917년 교회법전에 있었던 자살자에 대한 장례 금지
조항도 1983년 개정된 현행 교회법에서는 삭제되어 자살자를 위해 미사를 드리고 기도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었다. 교회는 자살을 단지 개인의 탓으로만 보지 않고 극심한 고통으로 인한 정신적 질병이라는 측면을 인정한다. 따라서 자살자들을 단죄하기보다는 그들이 겪었을 아픔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그들을 제대로 돕지 못한 우리의 무관심과 부족함을 반성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자살한 이들을 위한 기도 못지않게 자살 유가족에 관한 관심도 중요하다. 자살 유가족 중에 많은 이가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실제로 자살하는 비율도 높고, 평생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시달릴 뿐 아니라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견뎌야 하는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의 자살을 경험한 아이는 그 상처가 어른들보다 더 심각해서 이를 이겨 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상담과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주변에 자살자가 있다면 그들을 단죄하기에 앞서, 그가 자기 생명을 스스로 끊을 만큼 고통스럽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과연 나는 무엇을 했는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하겠다.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먼저 주변에 도움의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그러므로 ‘가장 작은 이들’을 예수님처럼 여기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고통스러워하는 이웃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민감함, 그런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관심과 지지, 그리고 가진 것을 나누며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애덕의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신앙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영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몇 년 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어떤 교우가 자신의 딸이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했다고 울며 내게 전화하였다. 만일 내가 새 신부 시절에 자살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 있었더라면 그렇게 미숙하게 대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성하고 있었기에, 그때는 주저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서 가족을 위로해 주었고, 본당에 알리기를 꺼리는 유족의 입장을 고려해서 직접 미사 도구를 챙겨 가서 병원에서 장례미사도 정성껏 집전해 주었다. 그때 자살자와 그 유가족들에게 해 주었던 나의 사목적 배려와 정성에는 새 신부 시절의 미숙했던 모습에 대한 보속의 의미도 들어 있었다.



박정우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1991년 사제 수품), 2004년 미국 포담대학교에서 종교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6년부터 5년간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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