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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2017년 1월호][샬롬 필리핀]1지망, 2지망, 3지망_이상원
제목 [성서와함께 2017년 1월호][샬롬 필리핀]1지망, 2지망, 3지망_이상원
작성자 성서와함께 (ip:)
  • 작성일 2016-12-20 17: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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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2017년 1월호][샬롬 필리핀]1지망, 2지망, 3지망_이상원



샬롬 필리핀




1지망, 2지망, 3지망



상원 베다


서울대교구 예비신학생이던 고2 때부터 해외 선교를 꿈꿨습니다. 특히, 중국! 그 광활한 대륙에서 선교사로 산다면 꽤 멋질 것 같았습니다. 제 꿈을 위해 한국외방선교회에 입회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러려면 수원가톨릭대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제 머릿속엔 온통 ‘1지망: 수원가대, 2지망: 수원가대, 3지망:수원가대!’뿐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뜻보다는 제 꿈만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사제 서품을 받고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베다 신부, 필리핀으로 가십시오.” 사실 입회 때부터 제 마음속에는 ‘1지망: 중국, 2지망:중국, 3지망: 중국!’ 그렇게 중국뿐이었습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었습니다. 그런 저의 확신이 보란 듯이 무너지자 너무도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렇게 필리핀 바기오 교구에서 선교사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필리핀 생활에서 가졌던 첫 느낌은 ‘춥다’였습니다. 선교지인 바기오(Baguio)가 필리핀 북부 산악지역이라 실제로 춥기도 했고, 그 당시 제 마음이 시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하는 노랫말처럼 ‘필리핀이 추울 수도 있다’는 그 생뚱맞은 첫 느낌은 좌충우돌,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었던 제 선교사 생활의 전조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고로트’(Igorot). ‘원주민’, ‘산지인山地人’, ‘산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필리핀 북부 산악지대에 사는 소수 민족(아파야오, 팅기안, 칸카나이, 이발로이, 가당족 등의 총칭)을 부르는 말입니다. 산세가 험한 곳에 거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고로트는 과거 스페인이나 미국 식민 지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자신들만의 고유한 혈통과 문화를 지킬 수 있었고 그에 대한 자부심도 큽니다. 필리핀 공용어(타갈로그어) 사용 비율도 5% 정도이며, 대개 세 가지의 토속어(일루카노, 칸카나이, 이발로이)를 혼용합니다. 대개 산에서 재배하는 농작물로 생계를 유지하며,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짜기에 사는 이들이 많다 보니 지역 토속 신앙이 널리 퍼져 있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산사람들과 동고동락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산속을 누비며 많은 공소를 찾아다니다 보니 가끔은 제가 선교사인지, 산악인인지, 혹은 구조대원인지 헷갈립니다. 덕분에 걸음이 빨라져서 이제는 원주민들이 제 걸음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불평합니다. 그러면 제가 한마디 합니다.


“걸음이 빨라진 게 아니라 다리가 더 길어져서 그래요.”


그러면 한바탕 박장대소를 합니다. 이렇게 몇 년 동안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며 지내다 보니 무릎 연골이 다 닳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국에 잠시 들어왔을 때 찾아간 병원에서 산행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견디기 힘든 무릎 통증보다도 선교사의 수명이 이렇게 빨리 닳을 수 있나 싶어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선교지 발령 때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생각보다 빨리 털어 내고, 이곳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은 바로 원주민들의 ‘미소’ 덕분이었습니다. 그들의 해맑은 미소는 제게 큰 위로이자 저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그들에게, 더욱이 어떤 면에서는 가톨릭 교리보다 자연이 가르쳐 주는 지혜를 더 잘 알아듣고 그 지혜에 따라 잘 살아가는 그들에게 어떻게 예수님을 알려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특히 그들이 제게 보여 주는 맑은 미소에서 그들과 제가 서로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서로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마음에 있는 사랑 그리고 우리 가운데 계신 사랑이신 그리스도 때문에, 그들은 외국인 신부가 전하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낯설어하지 않았고 저는 그들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곳 필리핀의 형제, 자매를 통해 저의 철없는 믿음, 제 방식대로의 믿음의 공식을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의 1지망, 2지망, 3지망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선교사로서 제가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계신 그리스도, 그분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까닭입니다.


제1지망: “여러분 가운데에 계신 그리스도”

제2지망: “여러분 가운데에 계신 그리스도”

제3지망: “여러분 가운데에 계신 그리스도”(콜로 1,27).



이상원 신부는 한국외방선교회 소속으로 2007년 사제로 서품되었으며, 현재 필리핀의 바기오에서 선교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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