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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2016년 10월호][말씀과 삶][말씀이 내게 왔다]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_장상연
제목 [성서와함께 2016년 10월호][말씀과 삶][말씀이 내게 왔다]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_장상연
작성자 성서와함께 (ip:)
  • 작성일 2016-10-06 18: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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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2016년 10월호][말씀과 삶][말씀이 내게 왔다]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_장상연



말씀이 내게 왔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4)



장상연 프란체스카




고백건대 나는 사마리아 여인이었다. 자신이 목마른지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 내고 있었다. 가정과 사회생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 하듯 균형 잡느라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엄마로 10년을 살았다. 나는 경력 15년 차의 방송국 PD이고, 남편은 좋은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이고, 딸과 아들 남매는 건강하게 잘 자라 주어 이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 없는 삶을 살았고 주변 사람들은 내 삶을 꽤 성공한 삶으로 보아 주었으나 내 영혼은 더 없이 지치고 메말라 가고 있었다. 이따금 퇴근길 차 안에서 떼제 기도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 내 기도의 전부였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하루에 수십 통의 전화와 메시지가 오갔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컴컴한 터널을 홀로 걸어가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서로 바쁘게 사느라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남편이 제주도로 발령이 났다. 당연히 우리는 주말부부로 살 생각을 했는데, 딸이 아빠와 떨어져 살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 결국 나는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들과 함께 남편을 따라 제주도로 내려왔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제주살이가 시작됐다.


쉬면서 몸과 마음의 근육량을 늘려 더 단단해져 돌아가리라는 결심을 하고 내려왔는데, 예정된 20개월이 거의 다 된 지금 내 몸과 마음은 전보다 훨씬 말랑말랑해진 느낌이다. 지금 돌아보니 나는 제주로 20개월 피정을 온 것 같다. 이곳에서 성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오래 미뤄 왔던 혼배성사도 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 왔던 두 아이의 유아 세례, 큰 아이의 첫영성체, 남편의 견진성사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은총을 받았다.


어쩌면 이 모든 은총은 성서공부에서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20대엔 청년성서공부를 했으나, 직장 생활과 결혼, 육아로 바빠 그동안 성서공부는커녕 신앙생활도 제대로 못 했다. 답답하고 지칠 때면 성당에 가고, 미사에 참석하는 정도가 내 신앙생활의 전부였다.


리고 40대가 되어 제주에 내려와 15년의 침묵을 깨고 요한 복음 그룹공부를 시작했다. 청년기의 묵상과 나눔도 참 순수하고 아름다웠지만, 마흔 넘어 아내로 엄마로 살면서 하는 묵상과 나눔은 세월의 무게만큼 묵직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성서는 내가 읽는 것이 아니라 성서가, 말씀이 나를 읽으시게끔 나를 내어 드리는 작업인 것 같다. 성서 속에서 시시각각 들키고 마는 내 속내를, 내 과거와 현재 어쩌면 미래까지도 그저 맡기고 내어 드리는 작업인 것 같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4,14).


요한 복음 첫 시간에 뽑은 말씀사탕에 담긴 말씀이다. 나는 내 모습이 사마리아 여인과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영혼이 목말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가엾은 여인. 그런 내게 다가오시어 생수를 주길 원하시는 주님의 마음이 느껴져 이 말씀을 뽑아 들자마자 눈물이 났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성취에도 - 사실 그 모든 것이 소중하고 감사한 것이었지만 - 늘 마음 한구석에는 허전함과 외로움이 있었다. 사회생활에 바쁜 남편은 늘 술과 과로에 지쳐 있었고, 가정이든 사회든 어디를 둘러봐도 내가 기대고 쉴 곳은 없는 듯했다. 모두가 내가 돌보아야 할 존재들이었고, 내가 책임져야 할 일뿐이었다.


주님께서 이런 내 삶에 쉼표를 찍어 주셨다. 그리고 우리 가족을 부르셨다. 그것은 참으로 부르심이요, 내게 생수를 주시려는 다가오심이었다. 내가 만난 하느님은, 신앙인으로서 게을렀던 내 죄를 묻지 않으시고 그저 내 영혼을 구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었다. 비참한 내게 한없이 자비롭게 다가오시는 분이었다. 그렇게 그분과 다시 가까워졌고, 지금은 그분과 머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며, 일상에서도 어느새 고요히 그분 생각에 잠겨 있는 나 자신에 놀라기도 한다. 내 나이 마흔에 읽는 요한 복음은 내 삶을 그 이전과 그 이후로 구분해 주는 것만 같다.


요한 복음 첫 시간, 받고 싶은 은총을 나누는 자리에서 막내라는 편안함에 초면인 그룹원들에게 내 지친 속내를 털어놓고는 목 놓아 울었다. 낯선 자매님들 앞에서 나를 드러냈던 것은 주님께 청하면 들어주실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를 통해 주님께서는 차고 넘치는 은총을 베푸셨다.


얼마 후 우리 가족은 다시 서울로 돌아갈 것이고, 현실적인 어려움은 모두 그대로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남편은 바쁠 것이고, 나는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고,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까지 여전히 내 손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주님 곁에 머무는 기쁨을 알았고, 그 기쁨에서 샘솟는 마르지 않는 샘물로 이전처럼 메마르거나 지치지는 않을 것 같다. 참으로 든든한 내 영혼의 주인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만 한다면.



장상연 님은 시그니스 서울 회원이며, KBS N 프로듀서로 재직 중이다. 육아휴직 동안 제주에 살면서 성서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풍성한 은총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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